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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차

monogramtea - lapsang florale

monogram은 싱가폴의 그리폰티에서 런칭한 두 번째 브랜드로 본인의 취향에 따라 두 가지의 차를 함께 우려서 마신다는 독특한 컨셉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monogratea는 이 컨셉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노그램과 함께 차의 풍미의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세계를 발견하고 미각의 폭을 넓히세요. 수업과 어려운 공부 말고도 즐겁고 신나게 차를 마시며 차의 예술을 탐험하세요. 차의 조합은 매번 다르므로 세계 최고의 찻잎과 허브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가세요. 모노그램은 차 애호가가 자신이 선호하는 조합을 발견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므로 차와 차 애호가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형성합니다."(발번역에다가 의역이 꽤 심해요.)

모노그램에서 가장 먼저 고른 차는 lapsang florale(Black Tea, Lily Bulb, Jasmine Flowers, Natural Flavorings)이에요. 이름에서 보이는 컨셉이 이미 하나의 모노그램인 듯 느껴져서 흥미를 끌었습니다. 

두 개의 차를 함께 200~250ml의 물에 우려마시는 게 모노그램의 컨셉이지만 일단 250ml의 물에 단독으로 랍상 플로럴을 우려봤어요. 랍상의 훈연향이 남성적이라면 플로럴함은 여성적이라 둘 사이의 밸런스가 어떨지 궁금했는데 랍상 플로럴은 거의 완벽하게 중성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의 연결이 위의 그러데이션처럼 자연스러우면서 각자의 존재감도 분명하게 느껴졌어요. 스모키함과 플로럴함이 어우러지는 중간에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시트러스함이 있는데 이 요소가 저 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매개체인 듯도 싶었어요.

다음으로 모노그램에서 제안하는 조합들[+saffronais(Bamboo Leaves, Safflower, Saffron Stigma, Natural Flavorings), +rose of ariana(Pink Rose)]을 마셔봤어요. 

saffronais 와 rose of ariana 도 맛보지 못 했으므로 각각 약 120ml의 물에 우려서 조금씩 맛본 후 250ml의 물에 우린 lapsang floral과 섞기로 했어요. 먼저 saffronais의 향은 독특해요. 저는 여러가지 낯선 향신료가 블렌딩된 허브티의 향을 역하게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러기 직전의 향입니다. rose of ariana는 당연히 장미향이 나는데 꽃차를 잘 모르는 저도 정말 품질이 좋구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은은하며 달큼한 맛이 났습니다.

lapsang floral + saffronais는 훈연향이 강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도 saffronais가 가진 자칫 불편할 수 있는 향이 훈연향과 비슷한 느낌을 준 듯 합니다. 반면 lapsang floral + rose of ariana는 플로럴함이 강조되어서 약간 향수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조합 모두 개인적으로는 lapsang floral의 완벽하다고 느낀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아닌가싶었습니다. 

원래는 제안한 조합들만 마셔보려했는데 앞의 두 조합이 약간은 실망스러워서 모노그램에서 제안하지 않은 조합들[+provencal herbs(Lemon Verbena, Lemon Peels, Eucalytpus, Organic Lemon Myrtle, Rosemary, Lavender, Natural Flavorings), +shiso Mint(Peppermint, Shiso Leaves, Flavorings)]도 마셔봤습니다. 

provencal herbs는 lapsang floral과 레이어링하니 처음에는 시트러스함과 라이트한 바디감이 더해져 앞의 두 조합보다 낫다고 느꼈지만 마시다보니 lapsang floral이 가진 개성이 희미해지고 평이한 블렌딩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hiso mint는 후라보노를 액상화한 듯 청량감이 굉장했어요. lapsang floral과 레이어링했을 때는 향미의 요소가 지나치게 많고 멘톨의 자기주장이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는 앞의 두 레이어링도 lapsang floral 단독보다는 못하다고 느꼈지만 뒤의 두 조합보다는 납득이 가는 블렌딩이었어요.

두 개의 차를 레이어링한다는 것도 모노그램의 큰 특징이지만 사실 더 큰 강점은 위의 테이스팅 휠 같아요. monogramtea.com 에서는 자신들의 차의 향미를 시각화한 이미지들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레이어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요. 모노그램에서는 차와 허브티의 레이어링만을 부분적으로 제안하지만 차와 차끼리의 조합도 충분히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레이어링을 하면 굉장히 맛있는 차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일단 아직까지는 이뤄지지 못 했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브랜드였어요.